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니혼슈계의 삼대장, 쥬욘다이·지콘·아라마사.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이 세 브랜드의 역사와 탄생 배경,
그리고 지금의 인기를 만든 이야기를 하나씩 소개하겠습니다.

쥬욘다이 (十四代)
쥬욘다이는 야마가타현 무라야마시에 위치한 타카기 주조(高木酒造)에서 탄생했습니다.
원래 주력 브랜드는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던 아사히타카(朝日鷹)였으며,
지금의 쥬욘다이가 탄생하기 전까지는 야마가타현 안에서 사랑받는 지역 주조장에 가까웠습니다.
쥬욘다이를 탄생시킨 인물은 타카기 주조 15대 당주 타카기 아키츠나(髙木顕統) 씨입니다.
도쿄농업대학 양조학과를 졸업한 뒤,
도쿄 신주쿠의 퀸즈 이세탄에서 니혼슈 담당 바이어로 일하며 유통을 먼저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입사 2년째 되던 해, 대대로 주조장의 토우지(杜氏)를 맡아온 분이
고령으로 은퇴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아키츠나 씨는 25세의 나이로 도쿄 생활을 접고 야마가타로 돌아오게 됩니다.
대학에서 기초는 배웠지만 실전 양조 경험은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대학 은사와 야마가타현 공업기술센터의 조언을 받으며 처음부터 술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만들고 싶었던 술은 대학 시절 한 이자카야에서 맛보았던,
후쿠시마현산 야마다니시키를 사용한 나마자케였습니다.
진한 감칠맛과 쌀을 찐 듯한 달콤한 향, 깊은 맛이 인상적이었던 이 술은
"지금 유행은 탄레이 카라구치(淡麗辛口) 스타일인데 왜 이 술이 더 맛있는가"
라는 의문을 남겼고, 이는 쥬욘다이 탄생의 중요한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학생 시절, 전국의 긴조슈를 취급하는 유명 이자카야 어디에서도
집안 브랜드 아사히타카를 찾을 수 없었던 경험은
주조장 아들로서 자존심이 무너지는 일이었습니다.
도쿄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좋은 술이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아키츠나 씨는 기존 브랜드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이름과 스타일로
도쿄 시장에 도전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쥬욘다이 나카도리 준마이 무로카(十四代 中取り 純米 無濾過)입니다.
15대 당주였던 아키츠나 씨는 14대 당주인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담아
'쥬욘다이(十四代)'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당시 니혼슈 라벨에 나카도리, 무로카 같은 업계 용어를 그대로 쓰는 사례가 거의 없었기에,
그 참신함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후 아키츠나 씨는 완성된 술을 들고 도쿄의 지자케 전문점과 이자카야를 직접 찾아다녔고,
도쿄 오오츠카의 이자카야 쿠시코마(串駒) 전 오너 오오바야시 테이(大林禎) 씨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됩니다.
오오바야시 씨는 한 모금 마시고 뛰어난 술임을 직감했으며,
주변 주류 관계자들을 불러 시음을 진행했을 때 전원이 취급을 원할 정도였습니다.
아키츠나 씨가 가격을 낮추겠다고 제안하자 오오바야시 씨는
"가격은 다른 곳과 같게 하고, 대신 안정적으로 공급해 달라"고 답했으며,
이 약속은 지금까지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쿠시코마에서 판매를 시작한 쥬욘다이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쿠시코마는 지금도 쥬욘다이의 성지로 불립니다.)
쥬욘다이는 담백하고 드라이한 니혼슈가 주류였던 시대에,
과실향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니혼슈라는 완전히 새로운 흐름,
이른바 모던 스타일을 세상에 내놓은 브랜드입니다.
- 샤인 머스캣과 복숭아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과실향
- 첫 모금부터 느껴지는 쥬시한 단맛
- 투명하고 깔끔한 피니시가 특징입니다.
이 스타일은 이후 일본 전국의 양조장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쥬욘다이가 현대 니혼슈의 방향성을 만든 원조이자
니혼슈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브랜드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며,
쥬욘다이가 있는 곳에는 인파가 몰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여전히 압도적인 브랜드입니다.

지콘 (而今)
지콘은 미에현 나바리시에 위치한 키야쇼 주조(木屋正酒造)에서 탄생했습니다.
창업 이후 오랫동안 타카사고(高砂)와 타카이치마사무네(鷹一正宗)를 주력으로,
나바리를 중심으로 한 이가(伊賀) 지역에서 조용히 사랑받아 온 지역 주조장이었습니다.
지콘을 탄생시킨 인물은 키야쇼 주조 6대 당주 오니시 다다요시(大西唯克) 씨입니다.
조치 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한 뒤 유업회사에서 연구직으로 일했으며,
주조장 아들이지만 처음부터 가업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사회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히가시히로시마의 양조 관련 기관에서 주조를 배우고,
다시 키야쇼 주조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주조를 익혔습니다.
가업에 들어왔을 당시에는 어떤 니혼슈가 맛있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 무엇이 좋아할지도 몰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다다요시 씨는 인터뷰에서
"겨우 술이 완성됐다 싶으면 맛있지만 품질에 편차가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 수많은 개선의 반복 끝에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다다요시 씨가 도달한 결론은
철저한 위생 관리와 품질 중심의 양조였습니다.
그는 술이 만들어지는 장소에 따라 니혼슈가 달라진다고 보고,
사용하는 천의 상태부터 벽 나무의 냄새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술을 빚는 것이 아니라
술이 만들어지는 공간 자체를 정돈하는 것이 중요한 출발점이었습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기존 브랜드 다카사고의 연장이 아닌,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나서기로 하고,
2004년 스스로 토우지가 되어 처음 빚은 술에 어머니가 선물한 이름인
'지콘(而今)'을 붙였습니다. (공식 브랜드 출범은 2005년)
지콘(而今)이라는 말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온 힘을 다해 살아간다는 선종(禅宗)의 가르침에서 온 말입니다.
다다요시 씨는 이 철학을 양조 정신으로 삼아,
지금 이 순간의 술에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개선을 거듭했습니다.
그 결과 지역 주조장이었던 키야쇼 주조는
- 맑은 단맛
- 부드러운 감칠맛
- 산뜻한 산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맛
으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콘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완벽한 밸런스입니다.
쥬욘다이처럼 첫 모금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마실수록 그리고 음식과 함께할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스타일입니다.
처음엔 특별한 개성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모든 요소가 어느 하나 튀지 않고 고르게 다듬어진 것이 지콘의 진짜 매력.
오래 마셔도 질리지 않는 안정감과 마지막 잔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균형감이 특징입니다.
또한 지콘 토쿠베츠준마이 라인업은 출하할 때마다
사용하는 쌀의 품종이 달라지는 제품도 있어,
같은 지콘이라도 쌀에 따른 스타일을 비교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아라마사 (新政)
아라마사를 빚는 아라마사 주조(新政酒造)는 1852년 아키타현 아키타시에서 창업했습니다.
아라마사는 예전부터 기술적으로 이름을 알린 주조장이었습니다.
특히 5대 당주 시절에는 전국신주감평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양조 기술과 협회 6호 효모의 탄생으로
이미 역사와 기술력을 갖춘 주조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No.6, Colors, Private Lab의 아라마사,
강한 세계관을 가진 현대 아라마사는 8대 당주 사토 유스케(佐藤祐輔) 씨 이후
본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토 유스케 씨의 경력은 독특합니다.
도쿄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뒤 기자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2007년 가업을 잇기 위해 아라마사 주조로 돌아왔습니다.
처음부터 니혼슈에 깊은 애정을 가진 것은 아니었으나,
저널리스트 시절 마신 이소지만을 통해 니혼슈의 매력에 감동했고,
처음에는 글의 소재로 니혼슈를 조사하다가 점차 주조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업으로 돌아온 뒤,
아라마사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기 위한 큰 방향 전환을 시작합니다.
자사 발상의 6호 효모만 사용하고, 아키타현산 쌀만 사용하며,
알코올 첨가 없이 준마이슈로 빚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여기에 전통적인 키모토(生酛) 방식과 목통(木桶) 양조까지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더 편한 길이 아니라 더 손이 많이 가는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아라마사의 현재 핵심 철학은 '기술의 연쇄가 전통'이라는 것입니다.
전통이란 단순히 옛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옛 기술 위에 새로운 해석과 감각을 쌓아가며 이어가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사라져가던 전통 양조법을 다시 바라보고,
그 안에서 현대적 감각의 니혼슈를 만들어가며 오늘날 많은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 아라마사 특유의 자연스러운 산미와
- 부드러운 감칠맛
- 조용하고 깊게 스며드는 맛
이 인기의 비결이며,
여기에 라인업마다 분명한 테마와 아티스틱한 라벨 디자인까지 더해져
독특한 존재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라마사가 니혼슈 업계에 미친 영향은 단순한 인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쥬욘다이가 모던 스타일이라는 트렌드를 만들었다면,
아라마사는 그 다음 시대의 트렌드, 이른바 뉴에이지 스타일의 니혼슈를 개척한 브랜드입니다.
산미가 강하고 마시기 쉬운 트렌디한 스타일로,
현재 일본에서는 산미를 중심으로 한 개성 있는 니혼슈들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 흐름을 앞서 보여준 브랜드가 바로 아라마사입니다.
유스케 씨가 직접 디자인하는 독창적인 라벨 역시 화제가 되면서,
니혼슈 라벨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인식이 업계 전체로 퍼졌고,
지금은 많은 주조장이 라벨 디자인에 공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역사와 혁신, 전통과 감각이 함께 살아 있는 술이자,
가장 늦게 이 자리에 올라왔음에도 지금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 아라마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