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자케(秋酒)란?
아키자케는 말 그대로 가을 술이라는 뜻으로,
가을에 출시되는 니혼슈를 폭넓게 부르는 표현입니다.
정확히는 법적으로 정해진 공식 분류라기보다는,
가을에 즐기는 여러 니혼슈를 편하게 묶어 부르는 통칭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가을에 만나는 아키자케는 보통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키자케는 겨울부터 봄에 빚은 술을 여름 동안 천천히 숙성시킨 뒤
가을에 선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갓 짜낸 신주에서 느껴졌던 거칠고 날카로운 느낌은 한층 차분해지고,
쌀에서 오는 감칠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향도 화려하게 튀기보다는 조금 더 차분하고 편안하게 정돈되는 경우가 많으며,
입안에서는 둥글어진 맛과 깊어진 감칠맛을 느끼기 좋습니다.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가을 음식과의 궁합입니다.
버섯이나 꽁치, 고구마처럼 맛이 진하고 감칠맛이 풍부한 제철 음식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식사와 함께 천천히 즐기기에 매우 좋은 계절주입니다.
차갑게 마시는 것은 물론, 술에 따라 상온이나 따뜻하게 데워 마셔도
또 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중 하나입니다.
사실 아키자케라는 표현보다 더 자주 접하는 이름은
히야오로시(ひやおろし)와 아키아가리(秋上がり)이실겁니다.
둘 다 가을 니혼슈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지만,
의외로 히야오로시와 아키아가리가 완전히 따로 나뉘는 두 종류는 아닙니다.
하나의 술이 히야오로시이면서 동시에 아키아가리일 수도 있고,
양조장에 따라 둘 중 하나의 표현만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두 표현은 정확히 무엇이 다른지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히야오로시(ひやおろし)
먼저 히야오로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름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나, 뜻을 알고 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차갑다는 뜻의 히야(冷や)는 여기서는 단순히 차갑다는 뜻보다는,
출하 전에 다시 가열 처리(히이레)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오로시(卸し)는 술을 시장에 내보내는 출하를 뜻합니다.
즉, 히야오로시는 출하 전 두 번째 열처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는 술이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니혼슈의 히이레(가열 처리) 과정을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니혼슈는 일반적으로 제조 과정에서 1회~2회의 히이레를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을 짜낸 뒤 저장하기 전에 한 번
저장·숙성을 마친 뒤 병입 또는 출하 전에 한 번
(1에서 히이레 O + 2에서 히이레 X = 나마즈메(生詰め) / 1에서 히이레 X + 2에서 히이레 O = 나마쵸조(生貯蔵))
그런데 히야오로시는 첫 번째 히이레를 거친 뒤 여름 동안 천천히 숙성시키고,
가을이 되었을 때 두 번째 히이레를 생략한 채 출하하는 방식입니다.
흔히 알려진 나마즈메(生詰め) 방식의 술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히야오로시라는 술이 생긴 것일까요.
냉장 기술이 없던 에도시대에는 겨울에 빚은 신주를 봄에 한 차례 히이레한 뒤,
큰 통에 저장해 여름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이 지나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고,
바깥 기온과 저장고 속 술의 온도가 비슷해질 무렵이 되면
기온으로 인한 술의 품질이 변할 위험도 한층 낮아지면서
다시 히이레하지 않고 술을 그대로 출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 술을 데우지 않은 히야(冷や) 상태로 통에서 내려 출하한다는 데서
히야오로시(冷や卸し)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히야오로시는 여름을 지나면서 신주 특유의
거칠고 날카로운 느낌은 한층 부드러워지고,
쌀의 감칠맛과 깊이감은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에 출하 전 두 번째 히이레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숙성을 통해 완성된 향미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히야오로시만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 위에서 설명한 대로 나마즈메 방식이 기본입니다.
다만 법적으로 제조법이 강제되는 공식 명칭은 아니므로, 일부 양조장에서는 두 번째 히이레까지 실시한 술에도 히야오로시라는 이름을 붙여 출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히야오로시가 무조건 나마즈메를 의미한다고 보기보다는, 전통적인 의미와 실제 상품 표기가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키아가리(秋上がり)
아키아가리도 이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아키(秋)는 가을, 아가리(上がり)는 오르다는 뜻입니다.
즉, 여름 동안 숙성을 거친 술이 가을이 되었을 때
술 맛이 올라 한층 좋아진 상태를 아키아가리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숙성이나 저장 조건 등의 이유로 맛이 오히려 떨어진 경우에는 아키오치(秋/가을 + 落ち/떨어지다)라고 부릅니다.)
아키아가리는 숙성에서 오는 부드럽고 깊어진 맛이 큰 매력입니다.
상온으로 마시면 쌀의 감칠맛과 본래의 풍미를 느끼기 좋고,
조금 따뜻하게 데우면 향이 넓게 퍼지면서 풍부한 맛과 깊이감이 더욱 살아납니다.
그래서 여러 온도에서 달라지는 맛의 변화를 즐기기 좋은 술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히야오로시와의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 히야오로시가 전통적으로 출하 전 두 번째 히이레를 하지 않는 제조·출하 방식을 가리킨다면
- 아키아가리는 특정 제조법이 아니라 숙성을 거친 뒤 술의 맛과 상태가 좋아진 결과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여름 동안 숙성되면서 술의 거친 느낌이 줄어들고
맛이 부드러워지면서 감칠맛과 깊이가 살아났을 때,
"이 술, 가을이 되니 제대로 맛이 올랐다"고 할 수 있는 상태가 바로 아키아가리입니다.
그래서 아키아가리는 히이레를 몇 번 했느냐로 결정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두 번 히이레한 술이라도 여름 숙성을 거쳐 가을에 맛이 좋아졌다면
아키아가리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히야오로시 중에서도 숙성을 통해 맛이 잘 올라왔다면
히야오로시이면서 동시에 아키아가리로 볼 수 있습니다.
즉, 두 표현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바라보는 기준이 서로 다른 표현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히야오로시 = 여름을 거쳐 숙성 후, 가을에 열처리를 생략하고 출하하는 제조 공정 기준 (주조사에 따라 열처리 유무의 차이는 있음)
- 아키아가리 = 여름을 거쳐 숙성 후, 가을이 되니 한층 더 맛이 좋아진 상태를 일컫는 결과·품질 기준
- 맛 = 숙성을 통해 차분해지고 질감은 한층 매끄럽고 부드러워짐.
쌀의 단맛과 감칠맛은 더욱 농밀하고 묵직해지며, 향도 은은하고 깊이감 있게 변화
보통은 이름에 아키아가리(秋上がり)나 히야오로시(ひやおろし)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명칭이 붙어 있지 않은 아키자케도 다수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런 아키자케는 다른 계절주들처럼
가을이라는 계절이 느껴지는 이름이나 라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에 아키(秋)나 모미지(紅葉)처럼 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가 들어가거나,
라벨에 단풍, 잠자리 같은 요소를 넣기도 하며,
브라운이나 버건디, 옐로우 계열처럼 가을 느낌의 색감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아키아가리나 히야오로시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더라도,
이름이나 라벨, 출시 시기를 보면 아키자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아키자케는 보통 8월부터 10월경까지 한정으로만 만나볼 수 있으므로,
평소 궁금했던 술이나 마음에 드는 라벨을 발견했다면 시즌을 놓치지 말고 즐겨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