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麹)과 누룩균(麹菌)이란?

누룩(麹)과 누룩균(麹菌)이란?

Mar 19, 2026SAKEMURA-30 댓글

누룩(麹)이란?

술을 만드는 효소를 가진 곰팡이를 곡류에 번식시킨 것을 말합니다.
즉, 술을 빚는 데 쓰는 당화제이자 발효제입니다.

쌀이나 보리 같은 곡류를 쪄서 거기에 누룩균(麹菌, こうじきん)이라는
곰팡이를 붙여 번식시키면 그것이 바로 누룩이 됩니다.

어떤 곡류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쌀로 만든 것은 코메 코우지(米麹), 보리로 만든 것은 무기 코우지(麦麹)라고 합니다.
니혼슈는 쌀을 사용하여 만들어지므로
라벨 스펙의 원재료 부분에 코메 코우지(米麹)라고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된장, 간장, 미림 등 발효식품 대부분이 이 누룩을 사용합니다.
니혼슈 역시 발효식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누룩이 없으면 탄생할 수 없습니다.

효모는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만들어야하는데,
쌀에는 전분은 있어도 당분 그 자체는 없습니다.
효모는 당분은 먹을 수 있지만 전분을 그대로는 먹지 못하기 때문에
쌀의 전분을 당으로 바꿔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바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누룩입니다.

전분 → (누룩) → 당 → (효모) → 알코올

누룩은 니혼슈 탄생의 첫 번째 열쇠를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누룩에는 다양한 효소(酵素)도 들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효소는 아래 두 가지입니다.

  • 아밀라아제(アミラーゼ)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여 발효를 가능하게 합니다.
  • 프로테아제(プロテアーゼ)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여 니혼슈 특유의 감칠맛(旨味)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생성된 아미노산이 니혼슈의 깊은 감칠맛의 근원이 됩니다.
다만 아미노산이 너무 많아지면 잡맛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양조장에서는 토우지(杜氏)를 중심으로
누룩의 상태와 발효 과정을 세심하게 관리하며 최적의 균형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기술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을 보셨나요?
영화에서 미츠하가 입으로 씹어 만든 술을 타키가 마시게 되면서
두 사람의 영혼이 바뀌게 됩니다.
여기서 미츠하가 만든 술이 바로 쿠치카미자케(口噛み酒)입니다.
(口, 입 + 嚙む, 씹다 + 酒, 술)

이 쿠치카미자케가 누룩과도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쿠치카미자케는 실제로 야요이 시대(기원전 300년부터 기원후 3세기까지) 이전부터 존재했던,
쌀을 입으로 씹어서 침 속의 아밀라아제 효소로 당화시키는 방식으로 만드는 술입니다.

쌀을 씹는다 → 침 속 효소가 전분을 당으로 분해 → 발효 → 술

이러한 원리로 만들어지는 매우 오래된 방식의 술입니다.
그러나 누룩의 당화 작용이 발견되면서 사람이 직접 쌀을 씹지 않아도
누룩이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훨씬 위생적이고 안정적으로 술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누룩을 만들어주는 누룩균(麹菌, こうじきん)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누룩균(麹菌)은 누룩을 만들기 위해 곡물에 번식시키는 미생물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실 모양으로 자라는 사상균(糸状菌)의 일종으로, 곰팡이의 한 종류입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음식이 상했을 때 생기는 나쁜 곰팡이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인류의 발효 문화를 지탱해 온 매우 중요한 미생물입니다.

 

 

 

 

 

누룩균은 자연계에서는 상당히 약한 존재입니다.
쌀을 그냥 놔두기만 한다고 해서 누룩균이 자라지 않으며,
오히려 다른 잡균들과 경쟁하면 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양조장에서는 누룩을 만들 때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집니다.

먼저 쌀을 쪄서 살균하여 잡균을 없애고,
온도와 습도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누룩방(麹室)에서 배양된 누룩균 포자를
직접 손으로 뿌려줍니다.
그래야 비로소 쌀 한 톨 한 톨에 누룩균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누룩방(麹室, 코우지 무로)이란? 누룩방은 누룩을 만드는 공간으로,
온도 약 30°C, 습도 약 60%로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쪄낸 쌀에 누룩균의 포자를 뿌린 뒤 약 2~3일에 걸쳐 조심스럽게 키워 갑니다.
참고로 쌀 140kg에 누룩균은 겨우 30g 정도만 사용합니다.
이 작업은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섬세하고 집중력이 필요한 공정입니다.)

이러한 섬세한 누룩균에도 여러 종류가 존재합니다. 
니혼슈 양조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누룩균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황국균(黄麹菌, きこうじきん) 
학명: 아스페르길루스 오리제(Aspergillus oryzae)

황국균은 이름처럼 노란~연두빛을 띠는 곰팡이입니다.
니혼슈, 된장, 간장, 미림까지 일본의 발효식품 대부분이 이 균을 사용합니다.

  • 전분 분해력이 매우 강합니다. 쌀 전분을 당으로 빠르고 풍부하게 변환합니다.
  • 구연산을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 산미가 적고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냅니다.
  • 아밀라아제, 프로테아제 효소가 풍부합니다.
  • 쌀의 감칠맛을 최대한 끌어냅니다.

황국균으로 빚은 니혼슈는 깊고 부드러운 감칠맛이 특징이며,
전통적인 긴죠(吟醸)나 다이긴죠(大吟醸) 스타일에 특히 잘 어울리는 균입니다.
구연산이 적어 잡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되기도 하는데,
이것이 겨울 양조(寒造り)가 발달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황국균은 2006년 10월 일본양조학회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은 일본의 국균(国菌)이기도 합니다.

 

흑국균(黒麹菌, くろこうじきん)
학명: 아스페르길루스 루추엔시스(Aspergillus luchuensis)

흑국균은 주로 오키나와의 전통 증류주인 아와모리(泡盛)와
일부 쇼츄 제조에 사용되어 온 누룩균입니다.
포자가 검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며, 옷이나 손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합니다.

  • 구연산을 많이 만들어내어 발효 과정에서 강한 산성 환경을 형성합니다.
  • 잡균 억제 능력이 뛰어나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합니다.
  •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발효가 가능합니다.
  • 풍미가 깊고 묵직한 개성 있는 맛을 만들어냅니다.

아와모리가 오키나와의 덥고 습한 환경에서도
수백 년 동안 안정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흑국균 덕분입니다.
최근에는 흑국균을 사용한 니혼슈도 조금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백국균(白麹菌, しろこうじきん)
학명: 아스페르길루스 카와치이(Aspergillus kawachii)

백국균은 흑국균에서 자연적으로 변이된 균으로,
1923년 카와치 겐이치로(河内源一郎)가 발견한 누룩균입니다.
포자가 흰색인 것이 특징이며, 주로 규슈 지방의 쇼츄 제조에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습니다.

  • 구연산을 적당량 생성하여 레몬이나 유자처럼 은은하고 산뜻한 산미를 만들어냅니다.
  • 흑국균보다 다루기 쉬우며, 포자가 많이 날리지 않아 관리와 작업이 비교적 용이합니다.
  • 산을 생성하기 때문에 고온 환경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발효가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백국균을 사용한 니혼슈도 조금씩 등장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황국균 니혼슈와는 다른 상큼한 산미와 개성적인 풍미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누룩균 종류 색깔 주로 사용 구연산 생성 맛의 특징
황국균(黄麹菌) 노랑~연두 니혼슈, 된장, 간장 거의 없음 부드럽고 깊은 감칠맛
백국균(白麹菌) 흰색 쇼츄, 일부 니혼슈 적당량 산뜻하고 상큼한 산미
흑국균(黒麹菌) 검은색 아와모리, 쇼츄, 일부 니혼슈 대량 강하고 묵직한 개성

 

 

 

 

 

 

니혼슈 라벨의 스펙을 보다 보면
카케마이(掛米)와 코우지마이(麹米)의 정미율이 각각 따로 적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 쌀(掛米): 모로미를 만들 때 직접 사용하며, 전체 사용 쌀의 약 70% 정도를 차지합니다.
  • 쌀 누룩(麹米): 누룩(麹)을 만들 때 사용하며, 전체 사용 쌀의 약 30% 정도를 차지합니다.

이처럼 두 쌀의 역할과 사용량이 서로 다릅니다.
양조장에 따라 카케마이와 코우지마이의 품종이나 정미율을 다르게 적용하기도 합니다.

라벨에 정미율이 하나만 적혀 있는 경우는 보통 두 가지입니다.

  1. 코우지마이와 카케마이가 같은 정미율일 때
  2. 다르게 정미했지만 대표 정미율 하나만 표시했을 때

따라서 라벨에 정미율이 하나만 적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쌀의 정미율이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2번의 경우, 두 쌀 중 숫자가 큰 쪽(덜 깎은 쪽)을 기준으로 표기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이는 공식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된 내용은 아니므로 참고 정도로만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정미율이 두 가지로 적혀 있는 경우 특정명칭은
사용된 모든 쌀이 해당 정미율 기준을 충족해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사용된 쌀 중 하나라도 기준을 넘으면 해당 특정명칭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코우지마이(麹米) 50%, 카케마이(掛米) 70%라고 적혀 있다면,
긴죠주 기준인 정미율 60% 이하를 기준으로 볼 때
코우지마이는 기준을 충족하지만
카케마이는 70%로 기준을 초과하므로 긴죠(吟醸) 표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용된 쌀 전체가 해당 기준을 충족해야 특정명칭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는 예로부터 이런 말이 전해 내려옵니다.

이치코우지, 니모토, 산츠쿠리(一麹、二酛、三造り)

니혼슈 양조의 첫째는 누룩(麹), 둘째는 효모 배양(酒母), 셋째는 담금(仕込み)
을 의미하는 격언입니다.
이런 말이 전해질 만큼 누룩과 누룩균은 니혼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니혼슈를 고르실 때 누룩의 차이에 주목해 선택해보시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누룩에 따른 차이를 직접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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