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슈·소슈·쥰슈·주쿠슈, 이 네 가지 분류는 니혼슈 소믈리에로 알려진
키키자케시(唎酒師) 자격을 인증하는 단체, SSI(니혼슈 서비스 연구회)가 제안한 방식입니다.
SSI는 니혼슈를 더욱 쉽고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향미 특성별 4유형 분류를 만들었습니다.
SSI 공식 설명에 따르면, 2만 종류가 넘는 니혼슈를 테이스팅한 결과를 바탕으로
네 가지 대표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 기준은 향의 강약과 맛의 농도, 그리고 향미의 특징입니다.
쉽게 말해 향이 얼마나 화려한지,
맛이 얼마나 진한지, 어떤 풍미가 중심이 되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입니다.
특히 주쿠슈(熟(익을 숙) + 酒(술 주) = 숙성된 술)처럼
숙성에서 비롯된 독특한 향미를 지닌 술도 별도의 유형으로 구분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 분류 | 주요 기준 | 구분 |
| 모던·클래식 6유형 | 향의 계열과 바디의 무게감 | 모던·클래식 × 라이트·미디엄·풀 |
| SSI 4유형 | 향과 강약과 맛의 농도 | 쿤슈·소슈·쥰슈·주쿠슈 |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모던이라고 해서 무조건 쿤슈인 것은 아니며, 클래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쥰슈인 것도 아닙니다.
과실 향이 풍부한 모던 스타일은 쿤슈와 비슷한 특징을 보일 수 있고,
쌀의 감칠맛이 두드러지는 클래식 스타일은 쥰슈와 가까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분류가 정확히 1:1로 대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이 두 방식은 같은 니혼슈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처럼 두 분류의 기준은 조금 다르지만,
모두 자신의 취향에 맞는 니혼슈를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오늘의 주제인 SSI 4유형은 각각의 향과 맛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어울리는 음용 온도와 음식 페어링까지 알아볼 수 있어
니혼슈를 더욱 다양하게 즐기는 데 활용하기 좋습니다.
그렇다면 쿤슈·소슈·쥰슈·주쿠슈는 각각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하나씩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쿤슈(薫酒, 훈주) : 향이 화려한 타입
薫(향풀 훈) + 술 주(酒) = 향기로운 술
쿤슈는 이름 그대로 향이 주인공인 니혼슈입니다.
사과, 멜론, 서양배 같은 과일이나 꽃을 떠올리게 하는 화사한 향이 특징입니다.
향이 풍부하게 피어오르는 반면, 맛은 비교적 가볍고 산뜻한 제품이 많은 편입니다.
주로 긴죠나 다이긴죠 계열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준마이슈라도 화려한 과실 향이 두드러진다면 쿤슈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평소 향긋하고 프루티한 니혼슈를 좋아하신다면 눈여겨볼 만한 유형입니다.
추천 온도 : 10~15℃
너무 차갑게 마시면 섬세한 과실 향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고,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특유의 산뜻함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적당히 차갑게 즐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추천 페어링
- 흰살생선회
- 문어 마리네
- 꽃게찜
- 프레시 치즈 & 토마토 샐러드
소슈(爽酒, 상주) : 가볍고 산뜻한 타입
爽(시원할 상) + 술 주(酒) = 상쾌한 술
소슈는 네 가지 유형 중 가장 가볍고 깔끔한 스타일입니다.
향이 과하게 드러나지 않고, 맑고 담백한 맛과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입니다.
후반에도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아 부담 없이 즐기기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보통주나 혼죠조, 일부 나마자케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니가타 지역의 탄레이 카라구치 스타일도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특히 음식의 맛을 지나치게 방해하지 않는 담백한 니혼슈를 찾는 분께 추천합니다.
※ 나마자케라고 해서 모두 소슈인 것은 아닙니다.
화려한 과실 향이 강하거나 농후한 풍미를 지닌 나마자케는 다른 유형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추천 온도 : 5~10℃
충분히 차갑게 마시면 경쾌하고 깔끔한 매력을 즐기기 좋습니다.
다만 모든 소슈를 차갑게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주와 혼죠조 제품은 45~50℃ 정도로 데우면 드라이하고 개운한 풍미가 살아나기도 합니다.
추천 페어링
- 연두부
- 생굴
- 흰살생선튀김
- 토마토 바질 파스타
쥰슈(醇酒, 순주) : 쌀의 감칠맛이 풍부한 타입
醇(진할 순) + 술 주(酒) = 맛이 깊고 진한 술
쥰슈는 향보다는 맛의 깊이와 감칠맛이 돋보이는 유형입니다.
쌀에서 비롯된 풍성한 맛과 깊은 감칠맛이 특징이며,
입안에서 부드럽고 넉넉하게 퍼지는 풍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주로 준마이슈에서 찾아볼 수 있고,
전통적인 키모토나 야마하이 방식으로 빚은 니혼슈 중에서도 쥰슈에 해당하는 제품이 많습니다.
다만 제조 방식만으로 유형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도수가 높거나 무거운 술이라기보다는,
쌀의 감칠맛과 풍미가 중심을 이루는 스타일로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진한 맛의 음식과 함께 니혼슈를 즐기는 분께 특히 매력적인 유형입니다.
추천 온도 : 18~20℃
쥰슈는 너무 차갑게 마시면 본연의 감칠맛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온에 가까운 온도에서 깊은 풍미를 즐기기 좋으며,
40℃ 전후의 누루캉으로 데워 마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감칠맛이 더욱 풍성하게 느껴지는 매력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추천 페어링
- 오뎅
- 스키야키
- 새우튀김
- 돼지고기와 무조림
주쿠슈(熟酒, 숙주) : 숙성이 만든 깊은 풍미
熟(익을 숙) + 술 주(酒) = 숙성된 술
마지막은 시간이 만들어 낸 복합적인 풍미가 특징인 주쿠슈입니다.
오랜 숙성을 통해 말린 과일이나 견과류, 향신료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향이 나타납니다.
황금빛이나 호박빛을 띠는 제품도 많고,
진하고 부드러운 질감과 깊은 여운이 매력적입니다.
대표적으로 고주(古酒)나 장기 숙성주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SSI에서는 특히 3년 이상, 그중에서도 10년 이상 숙성한 술을
전형적인 주쿠슈의 예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래 보관했다고 해서 반드시 주쿠슈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숙성 기간뿐 아니라 실제로 어떤 향과 맛이 형성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다른 유형에서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독특한 풍미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하는 타입입니다.
추천 온도 : 15~25℃
가벼운 숙성주는 조금 낮은 온도에서, 묵직한 제품은 조금 높은 온도에서 즐기기 좋습니다.
제품에 따라 35℃ 전후로 부드럽게 데워 마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추천 페어링
- 장어 양념 구이
- 마파두부
- 숙성 치즈
- 드라이 프루츠
※ 추천 온도는 SSI가 제시한 대표적인 기준이며, 제품에 따라 적절한 음용 온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쿤슈와 쥰슈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술인가?'
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네 가지 유형은 품질이나 등급이 아니라 향과 맛의 차이를 설명하는 분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니혼슈는 같은 브랜드라도 제품과 양조 시기에 따라 향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키모토 방식으로 빚었더라도 모던한 과실 향이 돋보일 수 있고,
긴죠·다이긴죠 계열이라고 해서 반드시 쿤슈에 속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제품은 두 유형의 특징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한 가지 유형에 무조건 맞춰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향과 맛을 찾아가는 참고 기준으로 활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