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사케 주조용으로 사용되는 쌀의 대부분은
우리가 평소에 주식으로 먹는 쌀과 다릅니다.
(물론 우리가 밥으로 먹는 쌀로도 사케를 빚는 경우도 있긴 있습니다!)
이 사케 주조용 쌀은 말 그대로 '사케 주조를 위해 만들어진 쌀' 입니다.
더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본격적으로 쌀의 품종과 특징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잠깐
사케 주조용 쌀과 그냥 쌀의 차이점에 대해 짚고넘어갈께요.
왼쪽이 사케 주조용쌀, 오른쪽이 우리가 평소 먹는 쌀 입니다.
한 눈에봐도 좀 다르게 생겼죠?
사케 주조용 쌀은 식용 쌀 과는 다르게 '심백'을 볼 수 있어요.
(심백 : 쌀 알 중심부에 있는 하얗고 불투명한 순수 전분 부분)
쌀의 표층에는 단백질이 풍부하게 있어요!!
식용쌀에서는 이 단백질이 맛의 근원이 되는 중요한 존재지만,
사케 주조에서는 단백질이 너무 많으면 잡미가 생기기 때문에 술의 향기가 지워져 버려요.
그래서 단백질을 제거하기 위해
즉, 정미하기 쉽도록 식용 쌀 보다 사케주조용 쌀이 더 큰 크기로 육성되고 있어요.
또 처음에 말한 '심백'이 큰 것도 사케 주조용 쌀의 특징이에요.
심백에는 전분이 많이 들어있는데요.
이 심백의 점도와 강도가 높을수록, 정미할 때 쉽게 부숴지지 않고,
모로미에 녹기 쉬운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모로미 : 발효 중인 술)
사케 주조에 적합해요.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갈게요!
이번 〈단맛 편〉은
‘이 쌀로 빚은 사케가 전부 단맛이다!’라는 뜻이 아니에요.
지난 〈카라구치 & 아마구치 편〉 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니혼슈의 맛은 정말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즉, 단맛이 잘 나는 쌀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효모의 종류나 양조 과정, 숙성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꼭 단맛이 나는 건 아니에요.
또한, 마시는 온도나 개인의 미각에 따라서도
'생각보다 안단데?'라고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번 편은,
‘이 쌀을 사용하면 단맛이 나오기 쉬운 경향이 있다’
는 의미로 이해해주시면 됩니다 !
즉, 이번에 소개할 쌀들로 만든 사케라도
양조 방식, 효모, 정미율 등에 따라
의외로 드라이(辛口, 카라구치) 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 꼭 기억해주세요.
야마다니시키 (山田錦)

역시 첫 번째는 야마다니시키죠!
사케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이름!
위 지도의 색칠된 지역이 전부 야마다니시키를 재배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야마다니시키는 효고현의 농림수산기술종합센터에서
'야마다보(山田穂)'와 '탄칸와타리부네(短稈渡船)'을
인공 교배하여 만들어진 대표적인 사케 주조용 쌀 입니다.
야마다니시키로 빚은 니혼슈는
부드러운 단맛과 깔끔한 마무리가 특징입니다.
단백질 함량이 적어 잡미가 거의 없고,
단맛・산미・깔끔한 맛이 고르게 조화된,
가장 밸런스가 좋은 주조미로 꼽힙니다!
가끔 '토죠 야마다니시키(東条山田錦)'처럼
앞에 지역명이 붙은 이름을 보신 적 있을 거예요.
이건 다른 품종이 아니라,
‘효고현 토죠 지역에서 재배된 야마다니시키’라는 뜻입니다.
즉, 품종은 같고 재배지가 다른 것 이죠!
(생산은 다른곳에서도 되고 있지만, 생산량은 효고현이 가장 많습니다.)
아이야마 (愛山)
아이야마는 야마다니시키 못지않게 유명한 사케 주조용 쌀 입니다.
효고현의 농림수산기술종합센터(현 효고현립 농업기술센터) 에서
오마치67(雄町67)과 아이후네117(愛船117)을
인공 교배하여 탄생했으며,
당시에는 '아이야마 11호'라는 이름으로
효고 현립 농사시험장에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알갱이가 크고 심백 발현율이 높으며 수확량도 많았지만,
당시에는 품질 관리가 어려워 육종 시험이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시험 재배지가 있던 효고현 가토군 야시로정(加東郡社町) 에서는
일부 농가들이 꾸준히 이 품종을 재배했습니다.
그러던 중, 켄비시주조(剣菱酒造株式会社) 가
이 농가들과 계약 재배를 맺으며
‘아이야마 11호’의 존속 위기를 구하게 됩니다.
켄비시주조와의 협력 덕분에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안정적인 재배가 이어졌고,
결국 이 품종은 정식 명칭인 '아이야마'로 부활하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아이야마는 심백 발현율이 높고 흡수성이 좋아,
모로미 속에서 잘 녹아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부드럽고 농밀한 질감을 내지만,
반대로 잡미가 나오기 쉬운 섬세한 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루기 어려운 쌀로 알려져 있지만,
양조가 잘 되면 진하고 깊은 풍미를 가진 사케로 완성됩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아이야마는
달콤하고 쥬시한 스타일의 사케에 자주 사용되며,
비슷한 성격의 ‘오마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또한, 고정밀 정미가 어려운 쌀임에도 불구하고
고급 주조미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화려한 향을 내는 향기형 효모를 사용한 긴죠 스타일의 사케에서도
그 가치를 살린 고급 제품들이 많습니다!
오마치 (雄町)

오마치도 팬들이 많은 사케 주조용 쌀 중 하나에요.
오마치로 빚은 니혼슈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오마치스트'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위 지도에 색칠된 부분이 오마치를 재배하고 있는 지역이에요!
사케 주조용 쌀로 일본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오마치.
오카야마현에서 재배가 시작되어 16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사케 주조용 쌀 입니다.
보통은 사케 주조용 쌀을 교배한 것 들이 많은데요,
오마치는 교배하지 않고 태어난 사케 주조용 쌀 입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비교적 약해 재배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품종들에 비해 수확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재배량이 감소되어 '환상의 술 쌀'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이 오마치의 대를 끊어선 안된다!는 신념으로
오카야마현의 이수주조(伊津酒造)가 오마치 복원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이수주조의 노력으로 현재는 조금씩 재배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히로시마현 등에서도 재배되고 있지만 가장 높은 수확량은 오카야마현 입니다.)
오마치로 빚은 사케 고르실 때
'비젠 오마치'라고 되어있는 이름도 자주 보셨죠?
오카야마현에서 재배된 오마치를 '비젠 오마치'라고 부른답니다!
(오카야마현의 옛 지명이 “비젠”입니다.)
오마치로 빚은 사케는 부드럽고 따뜻한 감칠맛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농후함과 깊이 있는 단맛,
그리고 마시기 편한 부드러운 질감이 조화를 이룹니다.
오마치는 알갱이가 부드럽고 잘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양조 과정에서 술에 풍미가 잘 배어듭니다.
덕분에 진한 무게감이 있는 맛으로 완성되기 쉬운 쌀이에요.
하지만 ‘잘 녹는다’는 특성은 반대로,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지나치게 녹아
맛이 무겁거나 복잡하게 흐를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마치로 빚은 사케는
양조가의 기술력과 감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쌀이기도 합니다.
같은 오마치를 사용해도
양조 방식에 따라 '진하고 농밀한 스타일'부터
'입안에서 녹듯 부드러운 스타일'까지
정말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이런 이유로 오마치는 '양조장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주조미'로 불리며,
전국의 사케 양조장에서 특히 사랑받는 쌀 입니다.
미야마니시키 (美山錦)

전국에서 3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미야마니시키는,
나가노현에서 개발된 사케 주조용 쌀 입니다.
위 지도에 색칠된 부분이 미야마니시키를 재배하고 있는 지역이에요!
기존 주조미인 ‘타카네니시키(たかね錦)’ 에
'방사선 처리(放射線処理)'를 실시했을 때 생겨난 돌연변이 개체 중,
알갱이가 크고 심백의 발현율이 높은 쌀을 선별해
새로운 품종으로 등록한 것이 바로 미야마니시키 입니다.
(※ 여기서 말하는 ‘방사선 처리’란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放射線誘発変異育種) 이라는
전통적인 육종 기술로, 유전자 조작이 아니라
‘자연 돌연변이를 유도해 그중 우수한 개체를 선별하는 방식’이에요.)
비교적 신세대 주조미에 속하는 미야마니시키는,
야마다니시키처럼 부드럽고 잘 녹는 성질보다는
단단하고 균형 잡힌 구조를 가진 쌀입니다.
그 결과, 술로 빚으면 깨끗하고 맑은 단맛,
그리고 선명하고 드라이한 마무리가 특징입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미야마니시키로 빚은 사케는
식중주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또한, 미야마니시키로 빚은 사케를 사랑하는 팬들을
'미야마니스트'라고 부릅니다.
유메노카오리 (夢の香)
유메노카오리는 후쿠시마현 농업시험장에서 개발된 사케 주조용 쌀로,
당시 니가타현의 대표 품종이었던 고햐쿠만고쿠(五百万石) 를 목표로 만들어졌습니다.
(후쿠시마는 니혼슈 업계에서도 매니아층이 두터운 인기 주조장이 많은 지역입니다.
지역별 개성 있는 양조장들이 모여 있어서,
니혼슈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숨은 명주의 성지’ 로 불리고 있습니다.)
핫탄니시키 1호(八反錦1号) 와 야마가타슈 49호(山形酒49号) 를
인공 교배하여 탄생한 품종입니다.
유메노카오리는 심백이 크고,
추위나 태풍에도 강한 내환경성을 지니고 있어
재배 안정성이 뛰어난 쌀입니다!
알갱이는 단단하지만 흡수성이 좋아 모로미 속에서 잘 녹으며,
양조에 적합한 ‘부드러움과 강건함’을 함께 갖춘 균형 잡힌 품종입니다.
종합적으로 다른 주조미에 비해 품질이 높은 우량미(優良米)로 평가받고 있어요.
양조 방법, 효모, 정미율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표현되지만,
유메노카오리 특유의 매력은 바로
풍부한 향기, 깨끗한 단맛, 그리고 상쾌한 산미!
이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특유의 맑고 청량한 인상을 만들어 냅니다.
앞서 단맛을 내기 쉬운 대표적인 주조미 5가지를 자세히 설명드렸는데요,
이후 쌀들까지 모두 하나씩 풀어내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번에는 지금까지 소개한 5가지를 포함해,
주요 주조미들의 품종명과 특징 그리고 해당 쌀을 사용한 니혼슈까지
한눈에 보기 쉽게 표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궁금하신 쌀이 있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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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다니시키(山田錦) | 우부스나 야마다니시키 2농양 2024 | 부드럽고 깨끗한 단맛, 잡미 적고 조화로운 맛 |
| 아이야마(愛山) | 아카부 준마이긴죠 아이야마 |
실크 같은 질감, 화려한 향기, 고급 사케에 사용 |
|
오마치(雄町) |
하나무라 준마이긴죠 오마치 |
부드럽고 무게감 있는 풍미, 재배가 어렵지만 깊은 맛 |
|
미야마니시키(美山錦) |
신슈키레이 준마이다이긴죠 39 미야마니시키 |
단단한 쌀, 깨끗한 맛과 선명한 단맛, 식중주에 적합 |
|
유메노카오리(夢の香) |
샤라쿠 준마이 |
향기 풍부, 깨끗한 단맛, 후쿠시마 사케 대표 쌀 |
|
유키메가미(雪女神) |
쥬욘다이 준마이다이긴죠 EXTRA 다이고쿠죠우모로하쿠 | 아이야마(愛山) 계열, 미려한 향과 부드러운 단맛, 고정밀 정미용 |
|
미사토니시키(美郷錦) |
아라마사 비리지안 |
아이야마(愛山)×야마다니시키(山田錦) 교배종, 향기가 좋고 균형 잡힌 맛 |
|
유메긴카오리(夢吟香) |
세이슈 야마자키카모시 유메긴가 Dream |
향이 화려하고 부드러운 단맛, 긴죠 스타일에 적합 |
|
와카미즈(若水) |
라이후쿠 준마이 나마겐슈 와카즈미 |
깔끔한 마무리, 밸런스가 좋고 식중주로 적합 |
|
긴푸(吟風) |
코쿠류 준마이다이긴죠 긴푸 |
부드럽게 퍼지는 쌀의 맛과 부드러운 단맛이 특징, 깨끗한 여운 |
|
코시탄레이(越淡麗) |
무소우 준마이긴죠 카라구치 슈세츠 나마즈메겐슈 |
고햐쿠만고쿠(五百万石)×야마다니시키(山田錦) 교배종, 단맛+드라이의 균형 |
|
데와산산(出羽燦々) |
칸키쿠 준마이긴죠 OCEAN99 오우미 Summer Sea 무로카나마겐슈 |
깨끗하고 투명한 단맛, 산뜻한 산미와 균형감 |
|
데와노사토(出羽の里) |
에이코우후지 준마이긴죠 GRAVITY 무로카나마겐슈 |
감칠맛+은은한 단맛, 식중주에 어울림 |
|
산케이니시키(山恵錦) |
신슈키레이 준마이긴죠 산케이니시키 |
강건한 쌀, 산뜻하고 투명한 단맛, 밸런스형 |
|
아키타사케코마치(秋田酒こまち) |
유키노보우샤 준마이긴죠 히야오로시 |
미야마니시키(美山錦) 계열, 과실향과 부드러운 단맛 |
|
타츠노오토시고(龍の落とし子) |
쥬욘다이 다이고쿠죠우모로하쿠 준마이다이긴죠 타츠노오토시고 |
부드럽고 순한 단맛, 산미와의 조화 |
|
긴노세이(吟の精) |
아자쿠라 준마이긴죠 긴노세이 무로카나마겐 |
온화하고 밝은 향기, 잡미가 적고 깔끔한 뒷맛 |
|
긴긴가(吟ぎんが) |
아카부 SPARKLING GALAXY |
산뜻하고 투명한 단맛, 드라이함 속 감미로움 |
|
신리키(神力) |
코우에이기쿠 츠키카게 신키리 무로카나마겐슈 |
복원된 고전주조미, 곡물감 있는 깊은 단맛 |
|
이와이(祝) |
카구라 준마이 루리 |
부드러운 단맛과 감칠맛, 온화한 밸런스 |
|
핫탄니시키(八反錦) |
지콘 토쿠베츠준마이 |
은은한 향과 단맛 중심 |
|
긴노사토(吟のさと) |
미이노코토부키 아키준긴 Porcini |
청량하고 깔끔한 피니시 |
|
하쿠쯔루니시키(白鶴錦) |
지콘 준마이다이긴죠 하쿠쯔루니시키 |
야마다니시키(山田錦) 계열, 고급 사케용, 단맛+투명감 |
|
야마다보(山田穂) |
아이즈미야이즈미 준마이긴죠 야마다보 |
야마다니시키의 모계, 부드럽고 감칠맛 풍부, 원래 발음은 야마다호 이지만 니혼슈에서는 야마다보라고 불림 |
|
호마레후지(誉富士) |
카이운 준마이 호마레후지 무로카나마겐슈 |
깔끔한 단맛, 부드러운 밸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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