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여름 행사를 떠올리면 마츠리나 불꽃놀이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 니혼슈 양조장 안에서도
여름이 되면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는 중요한 행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양조장의 중요한 품질 점검 행사, 노미키리(呑み切り)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니혼슈 양조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중요한 여름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노미키리가 정확히 무엇인지, 왜 여름에 진행되는지,
그리고 양조장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노미키리(呑み切り)란?
우선 노미키리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단어를 그대로 풀어보면,
노미(吞み/마시다, 삼키다)와 키리(切り/자르다)의 합성어입니다.
뜻만 보면 의미가 잘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어가 생겨난 배경을 설명하겠습니다.
저장 탱크에는 술을 빼내는 마개 부분이 있는데,
이를 노미쿠치(呑み口)라고 부릅니다.
이 노미쿠치를 열어서(자른다는 의미로 切る를 사용)
탱크 안에 저장되어 있던 술 상태를 확인하기 때문에 노미키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즉, 노미키리(呑み切り)는 '노미쿠치(마개)를 따서 확인한다'는 의미입니다.
생각보다 직관적인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노미키리(呑み切り)가 어떤 행사인지 정리하면,
겨울부터 봄까지 빚어 저장해 둔 술의 상태를 점검하는 품질 검사 행사입니다.
술 빚기 시즌이 끝나는 초여름이 되면,
주조장에서는 병입 같은 출하 작업과 함께 기계 점검, 도구 손질, 양조장 대청소 등
여러 정비 작업도 함께 진행합니다.
이렇게 술 빚기는 잠시 쉬어가지만,
주조장 안에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노미키리(呑み切り)입니다.
겨울에 빚은 술은 봄을 지나 더운 여름을 거치면서 숙성이 빠르게 진행되며,
기온이 오르면서 히오치(火落ち)라는 화락균으로 인해 술이 변질되는 위험도
함께 커지기 때문에 중간에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서 노미키리는 주로 6월~8월, 초여름에서 여름 사이에 진행됩니다.
요즘은 히이레와 저장 관리 기술이 발달해
저장 중에 실제로 히오치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예로부터 이어진 관례에 따라
지금도 6~8월 사이에 노미키리를 진행하는 양조장이 많습니다.
이 노미키리 행사 때에는 저장 탱크마다 술을 조금씩 꺼내,
각 탱크의 숙성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합니다.
각 탱크별로 모두 확인해야 하는 만큼,
노미키리의 준비는 행사 전날부터 미리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노미키리는 저장 중인 술이 잘 숙성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출하할지 판단하는 주조장의 중요한 품질 관리 행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그해 처음으로 진행되는 노미키리를 하츠노미키리(初呑切り)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하츠(初)는 처음이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그해 첫 번째 노미키리를 의미합니다.)

노미키리의 핵심은 탱크별 숙성 상태와 향미 확인입니다.
탱크에서 꺼낸 술은 키키쵸코(利き猪口)에 따라 주로 다음 항목들을 확인합니다.
-
착색 여부
술의 색이 변하지 않았는지 -
향의 숙성도
향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익어가고 있는지 -
맛의 균형
잡미는 없는지, 밸런스가 무너지지는 않았는지 -
잡균 오염 여부
저장 중에 술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이러한 점검은 전문가에게 평가를 의뢰하는 주조장도 있고,
자사의 경영자와 토우지, 쿠라비토들이 함께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확인한 결과는 그 시즌 전체 술의 품질을 파악하고,
출하 시기를 언제로 정할지, 또 어떤 방식으로 블렌딩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노미키리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해 술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품질 관리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키리바나(切り鼻)라는 작업이 함께 진행되기도 합니다.
키리바나는 카타쿠치(片口)라는 입구가 넓은 용기에 원주(原酒)를 담아,
탱크에서 막 나온 술의 향을 직접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수치로는 잡히지 않는 미세한 향의 변화를
사람의 코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미키리는 한 번만 진행하고 끝나는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온이 다시 내려가는 10월경까지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이어가는 양조장들도 있습니다.
즉, 6~7월에 처음 술 상태를 확인한 뒤에도
가을 무렵까지 꾸준히 탱크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또한 정기적인 일정과는 별개로,
술의 품질에 의문이 생기거나 블렌딩(調合) 테스트가 필요할 때
탱크를 다시 열어 추가로 상태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기 노미키리 사이사이에 진행하는 노미키리를
아이노미키리(間呑切り)라고 부릅니다. (아이(間/사이) + 노미키리)
모든 탱크를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는 만큼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그만큼 술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노미키리는 단순히 연례행사로 한 번 진행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챙기는 꼼꼼한 품질 관리 시스템의 일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미키리자케(呑切り酒)
양조장에 따라서는 하츠노미키리에서 확인한 술을 바탕으로,
노미키리자케(呑切り酒) 또는 노미키리 겐슈(呑切原酒) 같은 이름의
여름 한정 술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니혼슈는 여러 탱크 중 평가가 좋았던 술을 선별해 병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미키리라는 품질 점검 과정에서 확인된 술인 만큼,
그 시기의 숙성 상태와 개성이 담겨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평소에 마시던 정규 제품과는 다른,
그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한정주로 즐길 수 있습니다.